티스토리 뷰

*

보름밤 上

샤비님 2017. 1. 7. 03:04




*얀데레 요소가 조금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물학대... ? 묘사는 아니지만 이러한걸 했다, 라는 것만 나옵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뒤로가기...









보름달이 뜨기 전날 밤과 보름달이 뜨는 밤, 그리고 그 다음날 밤은 나가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이 있었다. 굶주린 늑대들이 마을에 내려와 사람을 해친다고, 그들은 항상 말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보름달이 뜰 때쯤의 마을의 밤은 고요하기만했다. 요루미는 얼굴까지 가린 망토를 꼬옥 쥐었다. 괜히 나갔다왔나? 하필 내일까지 끝내야하는 책을, 그만 도서관에 나두고 와버려서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을 갔다왔다. 물론 자는 척을 하고 갔다온건 비밀이지만. 도서관에 갈 때는 분명 거리에 사람들이 조금씩 보였는데 지금은 개미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금 누군가에게 붙잡혀 사라진다면, 분명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늦은 시간인데 왜 사람이 아무도 없어?"

"으와아악!!"






뒤쪽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요루미는 비명을 지르며 두 발짝 뒤로 물러났다. 남자의 목소리였다. 남자치고는 조금 높은 톤의 목소리. 요루미는 남자를 흘긋 쳐다보았다. 남자는 까만색 후드를 입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머리카락은 빨간빛이었다. 저런 사람이 우리마을에 살았었나? 스무 해가 조금 넘게 이 마을에 살았던 요루미이지만, 머리색이 빨간빛인 사람은 잘 보지 못했다. 아,그럼 여행중인가? 여름이되면 이 마을은 관광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으나 겨울은 그에 비하면 찾아오는 사람의 수가 적었다. 요루미는 남자를 관광객이라고 생각했다. 





"아,미안! 놀래킬 생각은 없었는데...."

"네,네... 괜찮아요. 제가 잘 놀라는 편이기도 하고."

"조용한 거리에서 누가 불쑥 말 거는거에 안 놀라는 사람이 이상한거지. 괜찮아!"






남자는 저를 진정시키려는 듯 했다. 따뜻한 목소리가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집에 가는거야? 어둡기도하고, 위험할 것 같으니까 데려다 줄까? 남자의 목소리는 한없이 따뜻했다. 그에 요루미는 쉽게 그것을 수락했다. 그럼, 부탁드려도 될까요? 남자가 제게 한 발짝 다가올 때 달빛에 그의 눈동자가 보였다. 남자의 머리색과 똑같은 빨간색이었다. 묘하게 그의 눈동자에 탐욕이 스쳐 지나갔지만 요루미는 알지 못했다. 그가 한발 짝 더 다가오자, 눈동자는 어둠에 묻혀버렸다. 남자와 요루미는 나란히 함께 걸어갔다. 두 사람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여기 여행 오신거에요? ...그런걸로 하자. 여기서 오래 산거야? 네. 태어났을 때부터 계속 살았으니까요. 그렇구나. 딱히 의미가 없는 대화였다. 그리고 침묵이 찾아왔다. 어떤 얘기를 꺼낼까, 고민하던 요루미는 남자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역시, 못 참겠다."






남자는 요루미를 한 팔로 안아올렸다. 마치 엄마에게 안긴 아기의 꼴이 되어버린 요루미는 높아진 시야에 잠시 멍을 때리다가 남자에게 벗어나기 위해 온 몸을 버둥거렸다. 요루미가 버둥거릴수록 남자는 팔에 힘을 주었다. 소리를 지르기 위해 입을 열자 남자는 커다란 손으로 입가를 막았다. 나, 이제 죽어? 책 가지러 괜히 갔어.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가지말걸.






"조금 아플거야. 그렇지만, 내일 눈을 뜨는 순간부터 계속 예뻐해줄테니까."







잘 자.요루.

마지막으로 들은 말이었다. 목 뒤가 따끔,하는 느낌과 함께 요루미는 눈을 스르륵 감겨지고 몸이 힘없이 늘어졌다. 그녀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볼을 간지렵혔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잡아 저를 보게했다. 역시 너는 자는 모습도 예쁘구나.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들었을까? 그는 그대로 감은 눈 위에 입을 맞추었다.













*









어딜 가든 사람들은 더럽다고했었다. 발로차고, 커다란 막대를 들고와서 위협하고,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고. 아직 어린 아이들은 제 주먹만한 돌을 던졌다. 나는, 나는 이게 나인데. 더러워도 이게 나인데. 제 또래의 늑대 역시 그렇다고 했다. 차이고,맞고. 심한 경우는 죽기까지. 빨리 커서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녀를 처음 본 건 새싹이 돋을 즈음이었다.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토끼를 물어뜯은 날이기도했다. 입 안에 남은 비린 피의 맛에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앗, 강아지다!"




그녀는 쪼그려앉아 저와 눈을 맞췄다. 까만 눈동자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제게 돌을 던졌던 아이들고 그랬다. 처음엔 호기심이 가득한 눈에서 돌을 맞고 무서워하면 곧 깔깔 웃으며 더 돌을 던졌다. 이 사람도 그러지 않을까? 사람은, 다 똑같잖아.




"오오오... 마침 소시지가 있네. 멍멍아, 요거 먹을래?"




그녀는 소시지를 조금 떼어 최대한 멀리, 나에게 주었다. 먹음직스러운 냄새다. 그녀의 눈치를 보다가 슬금슬금 다가가 하나를 먹으니, 그 앞에 또 하나가 놓여졌다. 그리고 점점 그녀의 앞으로. 정신없이 소시지를 따라 먹고 고개를 드니 그녀가 눈 앞에 있었다. 그녀는 활짝 웃으며 손을 들었다. 이 사람도 결국 그들과 똑같구나. 두려움에 눈을 감았지만 따가운 손길 대신 머리에서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처음 느껴보는 따뜻함에 눈만 꿈벅이며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그녀는 여전히 환하게 웃고있다.





"착한 멍멍이네~ ...근데 멍멍이가 맞나? 늑대인 것 같기도... 아, 그럼 늑대개인가?"





머리를 쓰다듬던 손은 턱 밑도 쓰다듬어주었다. 턱 밑을 만져주자 기분이 좋아 저도 모르게 그르릉,하고 낮은 소리를 내었다. 사람에게서, 처음 느껴보는 손길이었다. 한창 기분이 좋을 때,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마,더 만져줘! 끼잉,소리를 내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다시 한번 더 턱 밑을 만져주었다. 미안해,멍멍아. 슬슬 들어가야해서. 그녀는 아쉬운 듯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사람의 손길은 따가운 것 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통해서 처음 깨달은 사실이었다. 따뜻한 손길의 맛을 본 짐승은 더 따뜻한 손길을 원했다. 그녀만이, 줄 수 있었으니까 그녀를 데려오자. 사람이 될 수 있는 날이오면, 제일먼저 그녀를 옆에 두자. 어디에도 갈 수 없게 계속 저에게 따뜻한 손길만 줄 수 있도록.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림 로즈데이 합작  (0) 2019.05.13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6/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