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가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지도를 보고도 잘 따라온 덕이었다. 평소 같으면 기본으로 두 번은 헤맬 텐데 한 번 만에 무사히 도착했다. 잠깐 쉴 곳을 찾아 근처 호숫가로 왔다. 기분 좋은 바람과 신선한 물 냄새, 자연에서 자라나는 풀들의 냄새가 반겨왔다. 잠깐 나무 아래에 앉기로 했지만, 적당히 따뜻한 햇볕 때문에 눈이 잠깐 감겼다. 휴식을 취하는 사냥꾼을 방해라도 하듯이 조금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으악. 놀라서 절로 목소리가 나왔다. 선잠에서 깨버려서 잠깐 하늘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기지개를 쭉 폈다. 호숫가에서 간도 크게 졸아버린 사냥꾼이, 이번에는 호수 가까이로 가서 물가에 비친 제 얼굴을 바라보았다. 부은 얼굴을 가볍게 손바닥으로 두드리자, 물가에 비친 앳된 금발의 여자도 함께 손을 움직였다. ..
할로윈이 지나면 사람들은 곧바로 크리스마스를 준비했다. 크리스마스 한정 메뉴를 팔고, 가게를 장식한 모든 것들은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것을 달고 있거나 역 근처나 큰 번화가에는 나무나 건물은 번쩍거리는 전구를 옷처럼 입는다. 상술이야, 상술.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었지만 요루미는 이런 분위기가 좋았다. 저도 모르게 들뜨게 되는 마음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기대감에 발을 동동 구르는 아이의 마음을 꾹꾹 누르며 일을 한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들뜨게 하는 건 연인과의 약속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함께 트리를 장식하기로 약속했었고, 지금은 집으로 열심히 달려가는 중이었다. 예약해뒀던 베이커리에서 케이크를 들고 오는 길이 험난(?)해서 약속 시간에 늦은 이유였다. ‘다음부턴 무조..
황금 양털을 찾으러 가는 ‘아르고(Argo) 호’는 항해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항해 도중에 배의 노가 부서졌다. 선원들은 어느 마을에 배를 정박시키고 나무를 구하기로 했다. 이것은 계획에 없던 조금의 휴식이었다. 남자는 다른 사람들 몰래 한숨을 뱉었다. 집을 떠나 긴 여정을 하게 된 것은 기쁘고 두근거렸지만 힘든 점도 많았다. “힘드나?” “아, 아니요.” 아버지가 죽고 저와 저의 어머니를 거둬 준 이 남자는 이 여정에 저를 넣은 장본인이었다. 무기 운반원으로 일하게 하고 무예를 가르쳐 준 남자. 그는 세간에 영웅이라고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런 남자가 왜 저를 거두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추측이지만, 그는 저를 아낀다고 생각했다. 남자의 말에 짧은 대답으로 대응했으나 남자는 분명 제가 힘든 것..
10월의 마지막 주, 월요일 아침에 사오토메 학원의 모든 학생 앞으로 수상한 초대장이 도착했다. 요상한 글씨체와 문체는 딱 한 사람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매드 티 파티’라 적힌 큼지막한 제목을 보아하니, 할로윈을 떠오르게 하는 초대장은 학생들의 흥분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했었다. 그리고, 당일 날에는 수업이 모두 끝나고 난 뒤에 학교에서 랜덤으로 지급한 코스튬을 입고 6시까지 강당으로 모이는 게 지금까지 초대장에 쓰여 있던 스케줄이었다. 그 다음 스케줄은 학생들에게 비밀로 해서, 선생님들에게 물어봐도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어쨌든, 할로윈 파티로만 알고 있는 학생들은 기대 반 불안 반인 심정으로 과자를 먹으며 파티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거 먹어 볼 사람!” “이게 뭔데?” “무슨 맛인..
